The Schleswig-Holstein Artists’ Centre in Eckernförde 2010

 

아 티스트 레지던시 란: 일정기간동안 시나 작은  지방의 Stiftung 재단이나 문화관청이 예술인을 선별 선정해서 그 지역에 체류하면서 작업하고 그 후에 결과물을 전시하는 양성(장학)제도, 단 학생들은 제외한다. 한국에도 큰 도시나 지역마다 창동, 난지,인천 등에 산재해있고 예술인들의 창조활동에 도움을 주고있다. 전세계에도 나라마다 다양한 아티스트 레지던시가 존재한다. 조건은 나라마다 지역마다 다르다. 

 

 

 

 

 

 

 

 

 

Info

 

http://www.shkh.de/

5개월간의 기간이 주어지고 자유롭게 창작활동할 수 있도록 재단에서 예술가들을 양성한다.

예컨푀데는 자신이 체류작업할 수 있는 기간을 선택할 수 있어 다른 창작스튜디오보다 자유롭다.

일년에 8명정도 선발되어 내가 작업할 당시에는 예술가  4명(사진작가, 설치작가)이 함께 체류했다.

 

 

 

 

 

 

short story

 

2010년부터 작업실을 에컨푀데로 옮겼다.

이 번 년도엔 눈이 이상스레 많이 내려 처음 에컨푀데라는 작은 도시의 기차역에 도착하자 도시가 온통

하얀 눈 속에 파묻혀 본형을 찾아 보기 난해할 정도였다.

65세 가량되어 보이는 나이가 지긋이 든 흰머리에 작은 체구의 노인은 자신을 블라삭부인이라고 소개하곤 웃는 얼굴로 기쁘게 날 맞았다. 사실 낯선 곳에 도착하면 호기심 반과 홀로라는 두려움 반이 동시에 머리 속의 어느 구석에선가  웅크리고 있다가 나의 신체를 마치 마리오넷 (꼭두가시)처럼 조심히 움직이도록 조정한다. 나의 오른 손이 먼저 나서서 그녀의 손을 움켜쥔다.

Ja, Ich heisse Jeong-Eun Lee.Sind Sie..?

마치 첩보영화에서처럼 모르는 사람을 특정한 장소에서 만나 임무수행이라도 하듯 나를 소개한다.그리고 한번 더 확인하려는 듯 성함을 묻는다. 남자분이 나를 마중하러 올거라는 생각에 그녀가 웃으면서 다가왔을 때 나는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붉은 벽돌의 청년스타일(Jugendstyle) 건물. 이층 아뜰리에 3.

내가 묵게 될 방의 문을 시원히 열고 들어선다.

아뜰리에의 문 앞엔 번호가 없다.왜 아뜰리에 3인지 아무도 모르는 것 같다. 그냥 아뜰리에 3 이라고 부르기에 나도 그렇게 부르게 되었다.

내 옆에 서있는 그녀는 나이에 비해  마치 소라도 잡을 것 같이 활력이 넘쳐 보인다. 아니 소를 정말로 잡았을 지도 모른다.

 

 

 

 

교회의 밝은 종소리에 눈을 떴다.

시계는 벌써12시를 넘어서 1 향하고 있었다.

오늘은 동해에 위치한 작은 해변가의 마을 에컨푀데를 둘러 보려고 맘먹고 있었다.

4-5 해가 떨어진다.

삐걱거리는 나무계단을 밟고 내려간다.

계속 눈만 내린 탓에 계단은 습기에 둔탁한 소리와 오래된 쾌쾌한 나무 젖은 냄새가 풍겨온다.

50대 허름한 옷차림의 남자가 누런 소 같은 개를 끌고 들어온다.

삼층에서 거주하는 하우스마이스터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그리고 자신의 개를 지나라고 불렀다.

그는 저녁 6면 칼날같이 대문을 걸어 잠근다.

대문은 너무 오래되어 열쇠로 10분은 걸려야 열린다.

눈은 쌓일 줄만 아는지 무릎까지 올라왔다.

도로와 보도가 집채만한 눈 더미에 덮여 분간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아니 뒤에서 자동차의 경적이 울려 그제서야 내가 도로 위에 서 있는 것을 지각할 수 있었다.

해변을 걷기 위해 바다가로 향했다.

그곳으로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갔는지 눈은 길을 따라 단단히 다져져 오솔길을 이루고 있었다. 바다가 시선에 들어 왔다. 얼음 덩어리와 눈에 파도는 200미터 멀리서 나 여기 있노라고 허우적 거리기만 했다.

 

 

 

 

 

벨이 울린다.

"아뜰리에 3"의 문을 열기 위해선 4개의 회색 문을 먼저 거쳐야 한다.

잠옷차림으로 문을 열었다.

브라삭이라는 노인은 매일같이 나를 방문하다시피 한다.

오늘은 하얀 머리를 늘어뜨리곤 머리띠를 둘렀다.

손엔 천 같은 이불이 들려있다.

수시로 무엇인가를 가지고 날 방문한다.

아니 지금까지 다른 아뜰리에를 정리하고 있었나 보다.

내가 유일하게 먼저 입주한 첫 사람이었다.

 

 

 

 

밤이 되면 이웃집 몇 집을 빼놓곤 칠흑 같은 어두움이 마을을 지배한다.

난 방이며 작업실에 몇 개의 램프만을 밝히고

밖의 거대하고 둥근 원형의 곡물창고 건물 위 금박의 천사상을 오랫동안 응시한다.

금박으로 옷 입혀진 천사는 밤이면 상에만 불을 환히 비추고 있어 마치 공중에 떠있는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이웃집의 거실엔 당구장의 탁자가 전등 아래서 초록색의 잔디처럼 깔려 금요일 밤을 맞을 준비를 한다. 금요일과 주말엔 당구알이 분주히 움직인다.

여자와 남자의 실루엣이 보인다.

그들은 간혹 하나의 형상을 이루기도 한다.

 

 

 

아침에 눈 치우는 소리에 눈을 떴다.

유리 고드름이 창문 바로 위 20-30센티미터의 처마 밑에 달려 햇빛에 빛나고 있었다.

문을 나섰을 땐 웅얼거리며 불평하는 하우스마이스터아저씨의 소리가 들려왔다.

경찰이 위험을 알리는 차단 물로 대문을 완전히 패쇄해 버렸기때문이다.

대문 바로 위엔 칼날 같은 고드름이 자라있었다.

 

 

 

 

향토박물관의 한구석에 쌓여있는 신문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한 지면을 차지한 수수께끼의 인물.

300년 전 이 작은 도시에서 죽음을 맞이했다는

천재 성 제르망 백작에 관한 기사였다.

지금 내가 거주하고 있는 옛 오테 공장건물에서 물감 실험을 했었다던 연금술사 같은 베일 속의 인물이다.

그는 니꼴라이 교회의 무덤에 잠들어 있다. 전설에 의하면 그는 루이 14세와도 카사노바와도 친분있는 사이였다 한다.

지원금을 챙기려고 자신의 죽음까지도 연출한 그런 사기꾼 같은 인물이라는데 그의 무덤 속에 아무도 누워 있지 않을 거라는 전설이 돌고 있을 뿐이다.

한 약국에선 아직도 그의 처방에 의해 약을 조제한다고 한다.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일어났다.그래선지 머리가 텅 빈 느낌이다.

브라삭이라는 (나를 마중 나온 여인의 남편) 이곳 SHKH

이끌어 가는 디렉터와의 면접이 있는 날이다. 육 개월이 넘도록 연락을 취했는데 정작 나를 마중사람은 그의 부인되는 마담 블라삭였다.그는 사람 앞에 나서는 것을 꺼리는 것일까?

머리가 벗겨진 나이가 드실 되로 드신 분일까? 그래서 거동이 불편한 것일까?

그는 시청 문화부에서 일하고 있었다.

이곳 최신유리벽돌건물의 시청사 안으로 들어선다. 이 작은 지방의 풍경과는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시청건물 안의 진열장엔 곧 사월에 있을 부활절행사를 알리기라도 하듯 손 뜨개질된 탁자 보와 아기의 옷들 일상 사물들이 온통 부활절문양의 토끼며 달걀, 꽃등으로 수 놓아져 있다.

그리고 한편엔  이 지방이 소개된 홍보용소책자며, 문화행사에 관한 리플렛, 영화광고까지 즐비하게 탁자 위에 놓여 있다. 한쪽 벽면엔 지방의 상징이 묘사된 천이 걸려 있고 풍경화와 현대적인 감각의 그림들이 여기저기 걸려있다. 난 처음 시골에서 상경해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는 이방인처럼 조심스레 사방을 호기심으로 둘러본다. 누가 보았으면 길이라도 잃은 것 같아 보였을 것이다. 사실 병원에 들어선 환자처럼 어딘가 아파온다.

그러면서도 모든 것이 곧 완치될 거라는 희망도 갖는다.

몇 안 되는 층계를 오른다. 사무실의 문을 두드린다. 너무 조심스레 두드려서 그가 듣지 못한 것일까? 아무 인기척이 없다. 시간이 좀 흐른다.

 방안 저쪽에서 바쁘게 한 사람이 일어나서 나를 맞는다.

60세 정도 되어 보이는 깡마른 체구, 키가 후리후리한 노인은 손질되지 않은 것 같은 허연 단발머리에 콧수염까지 기르고 있었다. 아이슈타인을 연상시키는 분이다.

그는 이야기하는 것을 너무 좋아해 마치 교회에서 목사님께 붙들려 긴 연설을 듣는 기분이었다.

 

 

블라삭씨가 멜로 전한 프레세(기자)의 방문이 있는 날이다.

아래의 강당으로 내려갔을 땐 작은 탁자에 음료와 과자가 장미빛 접시 위에 놓여 있었다.

말이 많고 활기 넘치는 블라삭부인과 트랄라우부인이 벌써 자리를 차지하곤 연신 자신의 화두에 열을 올린다.

곧이어 낯선 두명의 기자가 들어선다. 부인은 앞을 다투어 마실 것을 권한다. 젊은 이는 신문사에서 인턴과정 중이라고 명함을 내민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체구가 있는 기자는 좀 서두른다. 무엇인가 확실한 기사감을 원하는 듯 초조해 보이기까지 하다.

두 사람의 질문에 레지거주중에 실행할 몇개의 프로젝트라 할 것도 없는 작업을 소개했다.

지금 규칙적으로 바다의 변화 무상한 움직임을 관찰하고 비디오로 담아내고 있다고 모네의 시리즈 그림같은 아이디어 작업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전에 한번 보여준 바 있었던 작업인데 이번에는 얼음과 눈이 이루는 겨울풍경이 더해지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나무배를 통한 우편작업이다. 가지고 온 배를 보여주고 설명을 곁들였다.

사실 한시간동안 나의 모든 작업을 설명하는 것에 무리가 있다.

기자는 나의 사진을 찍곤 문을 박차고 나선다.

젊은 기자는 좀 여유있게 커피와 과자까지 먹곤 역으로 나의 호기심있는 질문에 천천히 자신의 막 시작한 인턴과정을 이야기한다.

약간은 꿈에 부픈 듯 명랑하게 그의 목소리가 소강당에 울려퍼진다.